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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Ri[an]/Writing One

[Present](1)

by Ms. Jane 2016. 3. 25.

# 12월 25일

 

"잘 먹었구요, 잘 먹겠습니다."

 

오늘은 느낌표가 한 다섯 개는 되는 기분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나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인사를 했다. 호텔 프론트 직원이 원래부터 이렇게 싹싹하고 친절했던가? 내가 기억하는 3성급 호텔 프론트 직원은 약간은 사무적이고, 정중하지만 영혼없는 친절함으로 무장한 사람들에 가까웠다. 아르바이트생 아니면 잠깐 서비스업을 경험해보자 하는 어린 친구들이 전부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프론트 직원은 내게 자꾸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신경이 쓰이고, 기분이 묘하게 이상했다. 아니,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남부터 기이한 인연이었다. 호텔 비지니스 라운지에서 치킨을 조용히 먹던 사람이 갑자기 프론트에 앉아있는 것도 이상했거니와, 나를 언제부터 안다고 이렇게 우렁차게 인사를 하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안경을 끼지 않아 침침하고 흐릿한 눈으로, 일단은 흐리멍텅하게 인사를 해 주기는 했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인 것 같기는 했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 가장 애석한 일이었다. 하지만 큰 의미를 둘 만한 일은, 그가 로비에 앉아 치킨을 먹던 날이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하고 기대를 걸어도 되는 것일까. 나는 그때부터 신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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