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key가 효자였네
내 단점 중 하나는 정신없음이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긴 한데, 정신은 없다. 종종 사소한 실수 때문에 사람 하나가 완전히 바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한다. 오늘도 밤을 꼬박 새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호텔의 복도를 거닐었다. 거닐고 또 거닐며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다 보니, 잠도 깨고 정신도 점차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다음의 진실을 깨달았다.
카드키를 또 놓고 왔다.
어째야 할까. 일단은 프론트로 내려가 카드키를 받아야 하는데, 이건 정말로 적응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매일 보는 직원들이라서 이런 실수가 민망하기도 하고, 일단 정산을 조금씩 밀리다 보니 항상 죄인이 된 듯한 기분에 젖어들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오과장님이 근무를 하는 날인데, 아무래도 나는 바보병신으로 찍힐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라면, 일부러 카드키를 방안에 놓고서 자꾸 남직원에게 말을 거는, 그렇고 그런 여자가 될 위험에도 처해 있었다. 위기다.
일단 나는 오과장님 옆에 있는 여직원에 부탁하기로 결심하였다. 마침 오과장님이 로비에서 물을 드시고 계셨다.
나이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나의 멍청스러움을 조금이나마 보여주지 않을 기회라고나 할까. 그 만날 무표정한 얼굴의 여직원이라면 내 실수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게 쵸콜릿을 두 개나 주었던 그 어린 여직원은 내 편인지 아닌지 모를 모호한 행동을 내게 하고 말았다. 세상에나 마스터 키를 대관절 왜 오과장에게 건네줘서, 나를 방까지 데려다 주게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것도 오과장님을 빤히 올려다 보면서, "저기" 라는 한 마디 말만 탄식처럼 내뱉을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서른살 넘은 여자의 촉은 생각보다 민감하다. 그래 그런 것이었구나... 하면서 나는 체념하고는 그냥 바보가 되는 길을 택했다.
"그... 제가 정신이 없어가지구요, 그... 정말 죄송합니다. 그... 아침식사는 하셨어요?"
정신없이 말을 하고 있는데, 오과장님은 묵묵 부답이었다.
오과장님은 정확히 내가 밥 먹었냐고 묻는 말에만 반응을 했다. 이번에는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것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젊고 잘생긴 남자와 둘이 있으려니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그가 나를 빤히 보면서 약간은 피곤한 목소리로,
"저는 일을 다 마무리하고 먹어야지요."
라고 웃으면서 대답하는데, 와아... 싶은 것이다.
역시. 팬질을 하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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