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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스포)

by Ms. Jane 2014. 7. 20.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2014)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7.5
감독
맷 리브스
출연
앤디 서키스, 게리 올드만, 제이슨 클라크, 주디 그리어, 케리 러셀
정보
SF, 액션,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30 분 | 2014-07-10

 

 

 

 

 

 

 

 

 

 누구 하나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가 없었습니다. 분명 인간과 유인원은 대척점에 서 있었고, 그 싸움을 둘러싸고 시저와 코바가 갈등을 겪습니다. 일반적인 영화에서라면 선악구도와 주제의식이 명확해질 텐데, 이 '반격의 서막'에서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일이 참 어렵단 말입니다. 

 

  물론 가장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캐릭터는 '시저' 입니다. 시저는 인간에 대해 굉장히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는 유인원이었습니다. 자신을 길러준 인간에 대해서는 애정과 그리움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세운 왕국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그 인간과의 접점을 최소화 해야만 하였습니다. 시저는 자신의 왕국을 찾은 인간을 쉽사리 내치지도, 그렇다고 살갑게 맞아들일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인간과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또다시 피바람이 불어야 할 것이지만, 인간을 믿고 자신의 영토로 들이는 일은 굉장히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저가 선택했던 길은 두 개체가 공존하는 균형의 상태입니다. 시저는 이것을 '평화'라는 단어로 표현하였습니다.

 

 

 

 

 

 

 

 왕국의 2인자,  '코바'에 대한 평은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았을 때, '코바'는 영화 속의 악당입니다. 마치 '라이온 킹'의 '스카'와도 비슷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잔인함과 교활함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코바는 인간에게 관대한 '시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나머지 그를 제거하려 하였고, 이는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코바는 자신의 뜻에 반하는 동료를 잔인하게 죽이면서 광폭한 성질을 드러내기까지 합니다.1편에서 시저와 함께 탈출하던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이는 매우 안타까운 말로였습니다.

 

 하지만 코바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의 광기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1편에서 코바는 인간의 동물실험 대상이 되어 고통을 받는 개체였습니다. 그의 흉한 얼굴과 거친 성품은 아마도 그 동물 실험 탓에 생긴 상흔이었을 겁니다. 또한 코바는 시저와는 달리 인간의 사랑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유인원이었습니다. 그가 인간으로부터 배운 것은 '인간을 증오하는 방법' 그 자체였고, 인간과의 공존이란 그에게 곧 죽음을 의미하는 바였습니다. 그런 코바의 입장에서 시저의 행동은 유인원 왕국 전체의 존립을 흔드는 일과도 같았습니다. 코바에게 인간은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싸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저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을 코바도 점차 흉폭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또한 코바에게 시저란, 마치 살리에르가 바라보는 모차르트와도 같은 존재였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마음 속으로는 늘 2인자라는 열등감이 코바에게 숨어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것은 영화 중간중간 시저에게 용서를 구하는 코바의 눈빛에서 종종 찾아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그가 자신의 가치관과 정 반대에 선 시저에게 느끼게 되는 감정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즉, 코바는 인간에게 느꼈던 증오심을 시저에게 돌려 심리적 투사를 시키고 말았던 겁니다. 그것이 교활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행해졌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코바의 광기가 어째서 생겨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인간의 수장으로 등장하는 드레퓌스(게리 올드만)은 어떨까요. 시저와 말콤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드레퓌스는 코바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영화 내용으로 추측해보건대, 드레퓌스는 전염병으로 인해 가족을 모조리 잃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목숨을 내걸었으며, 유인원들을 모조리 없애기 위해 무기를 차곡차곡 모으는 인물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댐의 전력만 얻으면 되겠다면서 탐사대를 보내지만, 실상 그는 군부대의 무기를 가지고 숲을 초토화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타워 위의 유인원을 모조리 몰살 시키겠다면서 자폭하는 광기를 보이는 캐릭터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드레퓌스가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유인원을 없애려 한 것은 아닙니다. 드레퓌스에게 유인원은 없애야 할 대상이며 증오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유인원은 가족을 앗아간 나쁜 개체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개체였기 때문입니다. 드레퓌스 입장에서는 유인원들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것이 최 우선 과제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위험한 유인원과 평화 조약을 맺는 다는 것은, 그의 가치관 하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일일 것이고 말입니다. 게다가 코바가 이끄는 유인원 부대는 인간을 공격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광기는 자기 방어를 위한 심리적 기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편에서 보았던 인간의 이기심과 만용이 2편의 인간들에서는 찾아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말콤 가족은 이 영화에서 가장 평면적인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유인원을 두려워했지만, 시저의 본 마음을 알아보고 이들과의 공존을 꿈꾸는 유일한 인간들이기도 합니다. 특히 말콤은 시저와 교감하며 그의 닫힌 마음을 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시저에게 그는, 지금은 사라진 인간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이들은 끝내 함께 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화'라는 공동의 목적을 바라보고는 있으나, 인간 입장에서 바라보는 평화와 유인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평화는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결국, 서로 다른 가치관을 조화롭게 공존 시키려던 시저의 바람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의 서로 다른 가치관은 양립할 수가 없었던 셈입니다.

 

 물론 혹성탈출 시리즈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입니다. 시저와 코바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문명의 이기와 인간의 폭력성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적어도 '반격의 서막'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들은 서로 다른 입장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개체들이 품고 있는 갈등과 고뇌라고 보입니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에 앞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자들의 싸움이라고도 볼 수가 있겠습니다. 또한 시저의 아들과 말콤의 아들이라는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와 같은 가치관의 논쟁은 세대를 거듭하여 진행될 것임을 예견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친구로 만났던 말콤과 시저는 결국 헤어져야 했습니다. 말콤은 어두운 터널 속으로 점차 사라지며 시저를 바라보고, 시저는 환한 불빛이 내리쬐는 석상에 서서 그런 말콤의 빈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것은 아마 이들의 미래를 예견하는 미쟝센이라고 보아야 할 겁니다. 우리는 이미 1970년대에 만들어졌던 원작을 통해, 인간과 유인원의 미래가 각각 어떻게 흘러가게 될 지를 알고 있습니다. 말콤이 대변하는 인류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전염병과 유인원을 피해 인류는 어두운 지하 터널에서 간신히 살아가게 될 터이고, 시저가 대변하는 유인원은 장차 지구를 지배하는 새로운 종이 되어가겠지요.

 어찌되었거나 안타까운 결말입니다. 오늘날에도 자행되고 있는 온갖 동물 실험과 자연 파괴 및 동물 사냥을 생각해 본다면, 마냥 인간의 편을 들어 줄 수는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