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잘 될 확률은 3%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 연인이 헤어진 것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죠. '연애의 온도'는 바로 그와 같은 연애사의 만남과 이별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처음에는 죽고 못살 것처럼 뜨겁게 사랑에 빠졌던 남녀가 결국에는 원수만도 못한 사이가 되어 이별을 고하게 됩니다. 다시 잘 해보고 싶은 마음에 재회를 하고 노력을 해도, 결국 우린 안되겠다는 씁쓸한 결론만을 얻고말죠.
물론 영화의 말미에서 '연애의 온도' 속 두 연인은 또다시 만남을 갖습니다. 치열하게 미워하며 싸워왔다는 것은 사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사랑도 어느 정도 남아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니까요. 그랬기에 그 미움의 감정이 정리되고 나면, 상대방이 가장 편안하며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앞날이 그리 핑크빛으로 물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시 헤어지든 아니면 극적으로 결혼을 하든, '동희'와 '영'은 또다시 싸움을 시작하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그게 바로 현실이라는 놈의 불편한 진실일 겁니다.
다 덤벼 ~!
사실 둘은 그다지 잘 맞는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동희'의 다혈질적인 성격은 늘 '영'을 불안하게 했고, '영'의 성격은 어딘가 모르게 '동희'를 불편하게 합니다. 밑도끝도 없이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면서도 모든 갈등의 책임을 영에게 미루는 '동희'는 그다지 권장할 만한 남자친구의 모습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그의 성격은 여자친구인 '영'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었습니다. 아마도 '영'은 연애초기, '동희'의 강한 성격을 그대로 받아주면서 만나 왔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사람 사이에는 서로 맞춰가는 법이 필요한 법인데, '영'은 '동희'를 마치 어린 아이 달래듯이 그렇게 어르고 달래면서 만나왔던 것이죠.
이것은 그들의 사랑이 절정에 달했을 즈음에는 그런대로 괜찮은 방법이었을 겁니다. 서로의 모든 것들이 좋게만 보이는 시기에는 뭔들 이뻐보이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동희'와 '영'사이에도 연인이라면 어김없이 겪는다는 '권태기'가 찾아왔고, 이들 사이의 관계도 서서히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영'은 '동희'의 유아틱한 성격을 더이상 받아주고 싶지 않아, 똑같이 치기어린 방법들을 사용하여 그를 괴롭힙니다. '동희'는 동희 나름대로 감정과 행동이 따로 노는 듯한 '영'이 이해가 가지 않을 뿐더러 짜증까지 납니다. 결국, 재회한 후, '동희'가 보여주는 감정의 변화들은 '매사에 귀찮으며 아무것도 하기싫은' 소년의 감정 그대로를 여과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영'은 그런 '동희'에게 실망한 나머지, 여자들이 높은 빈도로 활용한다는 '내가 왜 화났는가를 알아채 봐' 방법을 시전하고 있었고 말입니다. 따라서 권태기를 제대로 이겨내지 못했던 '동희'와 '영'은 만남과 이별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사랑'에 대한 이들의 가치관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감정의 롤러코스터 타기는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생각해 보면 '연애'란 참 부질없는 관계맺음입니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체내 호르몬의 작용에 불과할 뿐더러, 그 유효기간은 길어봐야 3년입니다. 그 사랑놀음을 하겠다면서 우리는 온갖 감정의 변화양상을 느껴야 하는 고통을 겪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남녀의 사랑은 이래야 한다는 개인의 경직된 가치관에서 비롯되었을 겁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설렘의 감정이며, 상대방이 나의 모순점을 모두 수용해야 하고, 나를 위해 희생해야 하며,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 이와 같은 관념들에 묶인 사람들에게 있어 '사랑'이란 변화무쌍하며 고통스럽고 나를 지리멸렬하게 만들어주는 행위입니다.
그렇지만, '사랑'을 호르몬 작용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인간 사이의 '관계맺음'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는 친구와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합니다. 또 친구의 얼굴이 못생겨 보인다고 해서 어제보다 오늘 그를 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맺음이란 생각보다 단단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인연이 다했다고 판단될 때에는 훌훌 털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것은 집착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유에서일겁니다. 연애도 실상은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의 사랑 호르몬 유통기한이 3년이라면, 그 3년 이후의 만남은 인간 대 인간의 만남으로 귀결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맺은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보여야 하고,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지켜 행동해야 할 겁니다. '연애'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사랑'이라면 그것은 단지 기분이 붕붕뜨고, 상대방 생각만 해도 가슴이 간지러워지는 느낌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어쨌거나, '연애의 온도'는 많은 연인들로부터 공감가는 스토리로 찬사를 받았던 영화입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연인들이 비슷비슷한 연애의 경로를 밟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스스로의 연애 경험치를 높일 수 밖에 없겠네요.
지금 여러분의 연애는 몇 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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