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나인"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향초의 비밀을 알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를 바꾸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는 내용의 드라마였다. 그의 과거에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도 있었고, 그것을 바로잡겠다며 히말라야로 떠났다가 죽은 형도 있었고, 와해된 가정 속에서 정신을 놓아버린 어머니도 있었다. 하지만 거듭되는 시간 여행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놓쳐버린 진실을 발견하게 되고, 과거를 아무리 바꿔도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게 되는 기막힌 현실앞에서 결국 좌절하는 결말을 맞이해야만 했다. 이 드라마 속에서 시간 여행이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며, 운명을 거스르는 것은 자아의 파괴를 불러오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사실 "나인" 뿐만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고자 하는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타임루프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메시지를 던져왔다. "타임머신"도 그러하였고, "나비효과"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이와 같은 이야기들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정해진 사건이란 아무리 개개인이 노력하더라도 바꿀 수 없는 정해진 룰과도 같았다.
그런데 2000년도 개봉작인 "프리퀀시"에서는 이와 같은 시간 비틀기를 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이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매개체는 오래된 무전기이다. 그마저도 자신이 직접 타임루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돌아가신 아버지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이미 일어난 사건을 알려줄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과거 속 아버지가 아들이 알려 준 대로 미션을 하나씩 수행해 나갈 때마다 현재에 고정되어 있던 사건들도 일순간에 변화를 하게된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놓친 사건 하나로 갑자기 어머니가 위험해 처하게 된다거나, 일간지에 실린 사진에 변화가 생기는 모습들은 역동하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예시들이었다. 이것은 '나비효과'나 '나인'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프리퀀시'의 결말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모호하지가 않다. 대부분의 타임루프 영화들이 관객의 상상 속에 결론을 내맡기거나 잔혹한 운명의 굴레를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프리퀀시'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던 것이다. 늘 모호하기만 한 운명의 굴레 앞에서, 분명하고 명확한 결말을 맺는 '프리퀀시'의 결말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이래야 볼 맛이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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