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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영화라면 팝콘

동심을 자극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by Ms. Jane 2014. 6. 25.

 

 일본은 정령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산과 들을 관장하는 신은 물론이거니와 작은 물체 하나에도 그것에 깃들어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있는 공간이다. 이 정령에 대한 일본인의 굳건한 믿음은 그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일본에서 특히 발달한 산업 중 하나인 애니메이션 작품들 중에는, 이와 같은 정령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한 편, 어른들에게도 어린날의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ももへの手紙, A Letter to Momo, 2012)

 

모모는 이제 막 도시에서 작은 섬으로 이사온 소녀이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야 하는 모모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혼자 지내야 하는 외로움을 안고 지내야하는 어린 아이이기도 했다. 다락방의 요괴들은 이러한 모모에게는 친구와도 같은 존재다. 처음에는 기괴한 요괴의 등장에 두려워했던 모모는 점차 그들의 순수한 마음에 동화되게 되고, 요괴와 인간 사이의 우정도 점차 짙어지게 된다. 여기에서 요괴들은 모모 아버지의 존재를 대신해 줄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모모 사이에 놓여있는 긴밀한 연결고리의 역할을 한다. 한없이 어리바리하고 말썽투성이인 요괴들이 결국에는 외로운 모모의 마음을 가장 잘 달래주는 존재들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トトロ My Neighbor Totoro, 1988)

 

'이웃집 토토로'에서 그려지는 토토로도 어린 아이들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에서는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상실감이 큰 어린 소녀가 등장했다면,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병에 걸려 아픈 어머니가 그리운 어린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어머니가 없이도 씩씩하게 살고 있는 이들에게 토토로는 신비롭고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친구이다. 푹신푹신하고 넉넉해 보이는 토토로와 역시 보드라운 털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 버스가 공통적으로 전해주고 있는 느낌은 '포근함'이다. 이들은 어머니의 정이 그리운 어린 아이들을 그 포근하고 풍성한 털로 감싸안으며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게 했다. 어쩌면 토토로라는 캐릭터는 '귀여움' 뿐만 아니라 '따스한 정서'또한 고려하여 탄생한 신비로운 생명체일지도 모르겠다.

 

  

 

 

 

 

 마루밑 아리에티 ( 借りぐらしのアリエッティ The Borrowers, 2010)

 

 마루밑 아리에티는 판단을 조금 유보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이다. 기막힌 상상력을 바탕으로 풍성한 이야기를 펼쳐내곤 했던 지브리스튜디오의 역량이 조금 퇴보한 듯한 느낌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마루밑 아리에티도 기본적으로는 '작은 사람'이 우리와 공존하고 있었다는 설정으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상영되는 내내 아리에티는 아버지와 함께 인간의 '각설탕'을 가져오고 다른 인간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만을 보인다. 아리에티가 인간 '쇼우'와 교감을 나누는 모습도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친절한 인간 가족을 떠나 숲으로 들어가는 이유도 타당성 있게 설명되지가 않았다.

 이 '작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 영화인 '에픽(Epic, 2013)'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에픽의 작은 인간들이 왕국을 만들어 살 정도로 적극적이라면 아리에티의 작은 인간들은 조용히 사는 인생을 좀 더 선호하는 듯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참 일본사람을 닮은 생명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