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에서 '프로메테우스'를 방영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2012년에 개봉했던 영화이니 근 2년 만에 다시 보는 영화다. 역시나 영화의 첫 장면은 괴이하고 섬뜩했다. 인류가 사실은 외계인의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설정도 그러하지만, 독배를 마시고 녹아 없어지는 외계인의 모습도 기괴하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끊임없이 간을 파먹혀야 하는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했다.
탄생과 소멸의 진실은 어디에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시리즈의 프리퀄 작품이다. 인간과 괴물 사이의 형체를 띠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우주 괴물의 비밀이 바로 이 '프로메테우스'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외계 행성에서 바이러스 형태로 존재하고 있던 우주 생명체가, 인간의 조상격이라 할 수 있는 또 다른 외계인의 몸을 숙주로 하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에일리언'의 형태로 탄생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잔인하고 선혈이 낭자해야만 했다. 외딴 행성에 시착한 우주선 안이라는 고립된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하나하나씩 제물이 되어야만 했고, 매 순간 에일리언의 존재가 인간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것은 우리가 에일리언 시리즈들을 통해 보아왔던 내용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긴장감과 잔인함이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단지 '에일리언의 비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인간의 기원이 외계인의 유전자 조작이라고 설정한 바 있었다. '프로메테우스 호'의 출발도 원래는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탐사에 참여한 팀원들은 우주 괴 생명체의 존재 뿐만 아니라, 인류를 탄생하게 만든 최초의 외계인의 존재를 보며 매번 복잡한 기분에 젖어들어야만 했다. 대체 이들은 어떠한 목적에서 인간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냐는 근원적인 질문에 다다랐던 것이다.
이들이 인류를 탄생시켰다면, 그들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 '신'의 존재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처럼 자애롭고 친절한 존재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되살아난 최초의 외계인은 자신의 피조물을 파괴하려는 폭력성마저 보였다. 게다가 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던 초자연적이며 전지전능한 존재도 아니었다. 외계인들의 기록된 역사 속에서 이들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대체 이들은 왜 인류를 만들어내었던 것이며, 한순간에 괴생명체의 공격으로 몰살당했던 것일까.
영화에서는 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지 않는다. 다만 '프로메테우스'에는 다양한 형태의 탄생과 소멸이 곳곳에 흩어져 있을 뿐이다. 먼저 영화의 첫 장면, '스페이스 죠키'라고 불리는 고등 생명체가 소멸을 통해 만들어 낸 인류의 탄생을 들 수 있다. 두 번 째는 인간의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해서 만들어내는 생명의 탄생이다. 이것은 영화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가 불임이라는 설정 속에서 언급이 되었다. 세 번째는 인간과 괴 생명체가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탄생이다. 엘리자베스 남편의 정자 속에 숨어 들었던 괴 생명체가 인간의 몸 속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엔지니어'의 몸을 숙주로 삼았던 에일리언의 탄생도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인류가 첨단 기술을 통해 만들어낸 로봇 데이빗의 탄생이다. 누구보다 인간과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데이빗이 만들어지게 된 근본원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간이 로봇을 만든 것과 '스페이스 죠키'들이 인류를 만들어 낸 이유는 서로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아야 할 수도 있다. 그 목적이 전투용이든 인간의 호위용이든지간에, 둘 다 사랑과 애착이라는 근본적인 탄생의 순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이용가치가 다하면 이 개체들은 잔인하게 버림을 당할 가능성도 많다. 늘 창조주를 신봉하며 그들의 구원을 바랐던 인간에게는 다소 잔혹한 현실이라고 볼 수 도 있는 해석이다.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프로메테우스' 식의 결론은 마치 에일리언의 체액처럼 찐득찐득하며 치명적이다.
물론 '프로메테우스' 가 아예 인류의 앞날에 대한 단정적인 결말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말미에서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십자가 목걸이를 손에 쥐며,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인류 외에 다른 생명체가 있다고 처음부터 설정한 영화 공간 속에서 이와 같은 종교적이지 못한 설정들은 필요한 이야기들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프로메테우스 2'에서 감독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질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단지 에일리언의 어설프게 현학적인 내용으로 점철된 프리퀄 작품으로만 남을 것인지, SF영화의 또 다른 고전 시리즈로 남을 것인지는 다음 작품의 이야기 전개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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