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라는 제목 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선 예측해 볼 수 있는 의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돌진하는 도전정신입니다. 동물원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운영 매개물입니다. 갑부도 아닌데다 경영을 해 본 적도 없는 주인공이 덜컥 오래된 동물원을 사버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아프리카에서 온 동물들은 또 어떻게 돌보아야 할 지. 이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는 주인공에게 '동물원을 산다는 행위'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기에 가까운 것이었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은 도전은 인생에서 늘상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원래 인생이란 예측 불가함의 연속이고, 그 기로에 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실패와 상실의 연속이던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이 '동물원'이라는 예측불가한 도전과제에 직면한 주인공의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옳았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비록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얻게 된 동물원이었습니다만... 타성에 젖을 대로 젖은 일상에 지쳐 불평하기 보다는, 새로운 일에 훌쩍 뛰어들어보는 용기도 간혹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로 살펴봐야 할 키워드는 '동물원' 입니다. 이 영화 속의 '동물원'이란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클리닉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영화에는 병들고 나이든 호랑이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한 때는 동물원의 왕으로 군림하던 호랑이였으나, 이제는 그만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벤자민(멧 데이먼)은 호랑이를 끝까지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기력없는 호랑이가 음식을 먹도록 유도하고, 자신의 곁에 계속 남아 있기를 원하며 안락사를 거부하죠.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은 경험이 있는 벤자민에게, 호랑이와의 이별은 과거의 반복과도 같았던 셈입니다. 그 상실감의 고통을 이미 겪어 본 그는 끝까지 호랑이를 붙잡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곧 정말 호랑이를 위하는 길은, 호랑이가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도록 편안하게 보내 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이것은 오랜 기간 고통스럽게 붙잡고 있었던 아내와의 기억을 놓아주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오랜 상처가 치유되는 순간이었던 겁니다.
결국 '동물원을 사는 행위'는 벤자민 가족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겨준 일이 되었습니다. 복잡한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었지만, 동물원은 그들에게 도전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벤자민 가족은 서로의 아픈 마음을 좀 더 보듬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었고,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 나갈 수 있었죠.
인간은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우리는 이것을 두고 '동물을 보살핀다'라고 표현하죠. 하지만 그 동물을 보살피며 우리가 누리게 될 것들에 대해 조금만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면, '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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