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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영화라면 팝콘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2010,2012)

by Ms. Jane 2014. 6. 25.

 

 

 

 

 

 

 참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어린이들이 보고 웃고 떠들 수 있는 오락적인 요소와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감동적인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는 영화거든요. 우선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무한 자극할 수 있는 "드래곤의 세계"는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공간입니다. 이 곳에서 나약하기만 한 주인공 "히컵"이 진정한 영웅으로 탄생하는 모습은 분명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고 말입니다. 더군다나 "투스리쓰"를 포함해 매 장면마다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드래곤들의 모습은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더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게다가 '드래곤 길들이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른들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재밌고 웃긴 장면들 때문이기도 하죠. 하지만 '드래곤 길들이기'는 말초적인 즐거움 이상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가치는 '공존의 미학' 입니다. 애초에 서로 원수 지간이었던 바이킹 족과 드래곤 족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이 가치의 중요성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늘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죽고 죽이는 관계가 지속되었지만, 사실 바이킹과 드래곤의 공공의 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탐욕스러우며 거대한 드래곤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니, 이들이 서로 적대적일 관계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지요. 서로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드래곤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줬던 겁니다. 

 

 

 

 

 이것은  영화 밖에 있는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공존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수많은 동물을 몰아내고 죽여왔습니다. 비단 아프리카나 아마존 정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당장 우리 나라만 해도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이땅에서 사라져갔지요. 생각해 보면, 도시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이나 비둘기들도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천대받고 있는 동물들입니다. 울음소리가 혐오스럽고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영화 속 드래곤의 결말은 그나마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공존'의 조건으로 삼고 있는 제 1 덕목은 '공감대 형성' 이었습니다. 그들이 서로 오랜 오해를 불식하고 화해를 하게 된 것에는, 주인공인 '히컵'과 '투쓰리스'의 '교감'이 큰 역할을 하였거든요. 이들은 적으로 만나 나중에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다는 가장 전형적인 어린이 만화의 줄거리를 연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교감에는 보다 특별한 것이 있었죠. 늘 마을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히컵'과 드래곤들 사이에서 홀로 떨어진 '투쓰리스' 사이에는 외로움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이킹인 '히컵'이 감히 드래곤에게 물고기를 주었을 때, 드래곤 '투쓰리스' 역시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히컵의 외로움을 알아보았을 겁니다.

 

 

 

 

 

 

  또한 '투쓰리스'의 다친 꼬리와, '히컵'의 없어진 다리도 이들의 공감대 형성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어린이 애니메이션답지 않게 주인공이 부상을 당하는 결말을 선택하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몸에 상처가 있어야 자랑스러운 전사로 인정을 받는다는 바이킹의 전통 때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투쓰리스'와 '히컵'이 반드시 서로가 함께 있어야만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는 장면을 보았을 때, 이와 같은 설정은 매우 당연한 결론이었을 겁니다. 서로의 아픈 몸을 함께 의지하며 더더욱 끈끈해 지는 이들의 교감이야 말로 '드래곤 길들이기'의 가장 큰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드래곤 길들이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대상을 배척하거나 괴롭히지 말 것. 우리는 충분히 서로 공존해 나갈 수 있으며, 이것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음.

 

 

 전통적으로 서구 문화권에서는 '드래곤'을 매우 사악하고 불길한 존재로 여겨왔습니다. '용'을 신성하게 여기는 동양 문화권과는 상반되는 생각들이죠. 그래서 서양의 문학 예술 작품들에서는 '드래곤'을 싸우고 무찔러야 할 존재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드래곤 길들이기'에 나오는 드래곤들은 그간의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사랑스럽고 충직한 생명체들입니다. 특히 '투쓰리스'의 모습은 마치 고양이가 장난치는 모습과도 유사하죠. 여러 모로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