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가능불회애니(연애의 조건)
갓 서른 살이 된 요칭은 불안했다. 늘 시간에 쫓기는 것만 같았다. 전 남자친구는 다시 젊고 예쁜 회사 동료와 사랑을 시작하고 있는데, 자신만 그대로 인 듯하다. 아무리 피부에 비싼 주름방지 화장품을 정성스럽게 발라도, 나는 젊은 연적에게 신경질을 내는 까칠한 노처녀에 불과한 걸.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그녀 곁에 따런이 늘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생 전반에 대한 피로가 끈적끈적하게 몰려오는 날, 요칭은 따런과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다시금 청량하고 말캉말캉한 기분에 젖어들 수 있다. 요칭에게 따런은 바로 그런 친구였다. 비싼 샴페인이나 고급 와인처럼 화려한 맛을 선사해 주지는 않지만, 한 모금 들이켰을 때 밍밍하면서도 쌉싸래한 목 넘김을 즐기게 해주는 맥주와도 같은 친구. 따런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늘 사랑스럽게 여겨주는 소중한 사람이다. 아깝다. 너와 내가 친구일 수밖에 없다니.
2. 호타루의 빛
호타루는 마룻바닥에서 굴러다닐 때가 가장 행복했다. 기합을 넣는 것은 회사에서 하면 되는 일이고, 남자를 만나서 데이트 하는 것은 차라리 귀찮은 일이었다. 무릎 나온 추리닝을 입고 오징어를 철근마냥 질겅질겅 씹으며 맥주 한 캔 야무지게 마시는 건어물녀의 하루란 정말 완벽하고 보람찬 일과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어제부터인가 부장님이 우리 집에 함께 기거하게 되었다. 원래 부장님의 집이었다니 어쩔 수가 없지만, 부장님은 사실 결벽증에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라 하루하루가 피곤하다. 나더러 늘 “바보야”라고 소리치는 그와 함께 있으면 어쩐지 청소를 해야 할 것 같고 음식을 요리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 남자,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 늘 잘난 척에 왕자병 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존중하는 사람은 우리 부장님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거다. 내가 첫 데이트에 설레 할 때도, 오랜 만의 내 연애가 실패로 끝났을 때에도 그는 묵묵히 마룻바닥에 앉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다. 나는 부장님을 사랑하게 될 걸까?
3. 9회말 2아웃
난희를 마운드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만든 것은 그 꼬장꼬장한 자존심이었다. 이미 인생에 판타지가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월급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출판사 사원 나부랭이다. 어쩌다 보니 어느 새 서른. 하지만 난희는 나름대로 치열한 인생을 살아왔노라고 자부한다. 나이 서른에 엄마한테 빗자루로 맞는 민망하고도 서러운 순간을 오롯이 견디며, 작가 등단에 대한 꿈은 놓지 않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하 남자친구라도 만든 스스로를 두고서 꽤 대견한 20대를 보내었노라고 자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얼떨결에 독립을 선언하고 보니 형태 집에 얹혀살고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모양 빠지는 일이다. 난희는 심지어 형태의 새 여자 친구를 피하기 위해 방안에 숨어있어야 하는 수모도 겪었다. 형태와는 사소한 일에도 티격태격하는데, 이 자식은 내가 연하남과 헤어져 크게 상심한 순간에도 이해해 주질 않았다. 내가 네 첫사랑이 떠나갔을 때 어떻게 했는데. 난희는 그런 무심한 형태가 얄궂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여행을 떠난 형태와 난희는 자신들도 모르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만다. 이대로 덜컥 고백해 버리면 몇 십년 지기 우정이 완전히 없어지게 될 지도 모른다. 그대로 게임 아웃이다. 난희는 형태와의 관계가 늘 신경 쓰이고 불편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었지. 우리는 대체 어떤 사이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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