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리스트 시즌 6이 막을 내렸습니다. 드디어 우리의 제인과 리스본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었네요. 그 동안 무수한 레드존 떡밥을 풀며 보는 이의 몸을 배배 꼬이게 만들었던 멘탈리스트가 본격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변모하며 시즌 6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어찌보면 패트릭 제인의 존재 이유라고 볼 수도 있었던 레드 존이 제거된 이 시점에, 다음 시즌은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 지 사실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시즌 7의 방영확정도 위태위태했다고 하네요.
헐 또 너냐...?!
1. 넌 나쁜남자야~이야~
멘탈리스트는 패트릭 제인의 매력이 팔할은 차지하는 드라마입니다. 생각해 보면 패트릭 제인은 여자들이 정신을 못차리는 나쁜 남자의 습성은 모두 다 가지고 있습니다. 잘생겼죠, 말 잘하죠, 남다른 유머감각으로 다른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죠, 비상한 두뇌와 기민한 감각으로 남의 마음을 읽고 사건을 해결하죠,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계속 알쏭달쏭하게 만들며 어장관리를 하죠, 포커페이스죠, 사실은 불행한 과거가 있는 비운의 남자죠, 모성본능을 자극하죠...
아마도 시즌 6을 지나는 동안, 레드존의 정체가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패트릭 제인이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을 보고 싶은 마음에 멘탈리스트를 포기 못한 여성 시청자들이 여럿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제인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매력적인 주인공임에 틀림 없습니다.
2. 레드 존
하지만 시즌 6에서 레드 존이 갑자기 등장하여 제인에게 당하는 장면은 좀 맥빠지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멘탈리스트는 치밀한 구성과 거듭된 반전을 통해 범인을 색출해 내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였거든요. 제인이 레드 존과의 치밀한 두뇌 싸움을 거듭할 때, 그리고 레드 존이 제인의 목숨을 시시각각 위협할 때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배가 되었습니다. 또한 레드 존의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이 하나하나 없어질 때 느껴지는 반전의 미는 가히 멘탈리스트의 묘미라고 볼 수 있는 것이었죠. 그런데 정작 모습을 드러낸 레드 존은 평범한 노인. 제인의 운명을 이리저리 뒤흔들었던 그는 카리스마도 신비로움도 없는, 평범한 노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제인의 마음도 아마 허탈했을 겁니다. 그가 도망친 레드존을 해치우고 나서, 총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씁쓸한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네요.
3. 패트릭 제인과 아이들
물론 멘탈리스트에는 다양한 곁가지 에피소드들도 등장합니다. 또한 각각의 사건 해결을 위해 그와 동고동락하는 팀원들도 멘탈리스트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죠. 특히 리스본 요원은 제인과 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매우 특별한 캐릭터입니다. 늘 동료와 매우 가까운 친구 중간 지점의 감정선을 공유하고 있는 제인과 리스본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이 각별합니다. 서로에 대한 진실한 마음은 결국 시즌 6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되어서야 드러나게 되는군요. 이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 감옥에서 제인과 리스본이 키스를 하고 간수가 "야, 그만둬!"라고 외치는 장면은 꼭 보셨으면 합니다. 마치 드라마가 수사물에서 로코물로 장르변환을 한 것 같은 즐거움을 줍니다.
그의 또 다른 동료들인 릭스비와 반펠트 간의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사내연애를 금지하는 '전근대적인(?)' 조직의 계율에 맞서 비밀연애와 이별을 거듭하는 고생형 커플이기 때문이죠. 이들은 상당기간 서로 떨어져 있은 후에야 다시 재결합을 합니다. 릭스비는 여자친구가 아이만 놓고 도망가고, 반펠트는 믿었던 약혼자에게 배신을 당하는 등 인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후에야 다시금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셈입니다.
'조' 는 미국인들이 보는 한국인의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마트하지만 말수가 없고, 무뚝뚝하며 도무지 웃지를 않습니다. 우리의 착한 릭스비가 던진 농담에도 항상 진지하게 답을 하죠. 용의자를 심문할 때에도 조는 항상 정공법으로 죄를 묻습니다. 감정하나 실리지 않은 딱딱한 말투로 심문을 하는 그를 보면, 대체 인간미란 있는 사람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는 사실 제인과 릭스비가 엉망진창으로 벌여놓은 현장을 가장 잘 정리하는 사람입니다. 늘 행동이 앞서서 말썽인 제인과 덜렁거리는 릭스비의 뒤치닥거리를 해주기 위해서는 조의 무게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특히 조 에피소드에서 그가 마지막 장면에 '제가 잘못했어요 할머니'라고 한국어로 말하며 우는 모습은 다분히 인간적입니다. 즉,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정깊고 마음약한 한국 사람의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하는 캐릭터가 바로 '조'인 겁니다. 물론 드라마에서 그렇게 의도했는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요.
하여간에 멘탈리스트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흥미진진한 사건들 속에서 제인의 활약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인도 인생의 행복을 좀 느끼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제 그만 레드 존과의 불우한 숙명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건을 수사하는 패트릭 제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 정들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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