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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드라마엔 맥주

사랑스러운 드라마 : 운명처럼 널 사랑해

by Ms. Jane 2014. 7. 11.

  장나라의 서툰 충청도 사투리도 참 사랑스러웠던 드라마였습니다. 2002년에 방영했던 '명랑소녀성공기'는, 촌스러운 시골소녀 양순과 상처 많은 재벌가 도련님 한기태와 얽히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였죠. 촌티가 뚝뚝 묻어나는 외모의 소유자임에도 밝은 성품과 착한 마음씨를 가진 양순. 그리고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지만 싸가지는 채 장착하지 못한 기태. 이 둘은 온갖 역경을 겪으며 결국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였더랬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특유의 근성으로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양순은 아프리카로 군 복무를 떠나며 자신의 능력치를 한 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기까지 했죠.   

 

 

 

 

누... 누구?

 

 

 

 그리고 2014년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장나라와 장혁이 다시 한 번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여전히 착하기만 한 장나라와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인 장혁이 만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한 판 거하게 찍어낼 요량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대만에서 2008년에 방영되었던 '명중주정아애니'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두 남녀 주인공의 설정과 만화같은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이 대만 드라마에서 가져왔다고 보아야 할 겁니다. 개연성 없이 휙휙 넘어가는 사건 전개와 약간은 오버스러운 캐릭터들은 대만 드라마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나라와 장혁이 연기하는 김미영과 이건은 명랑소녀성공기에서 보았던 바로 그 캐릭터들의 잔상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진부하거나 유치하다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대만스러운 드라마를 자신들의 색감이 잘 배어나는 모습으로 재 창조 시켰다는 이야기입니다. 명랑소녀성공기는 당시 시청자들에게 매우 큰 사랑을 얻은 드라마였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당찬 장나라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또한 이들의 연기는 적당히 유머스럽고 적당히 사랑스러운 것이었던지라,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많은 여성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전례도 있었죠.

 

 '운명처럼 널 사랑해'도 예전 '명랑소녀성공기' 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감상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만화같은 설정도 그러하거니와,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의 연기도 매우 자연스럽고 유쾌하거든요. 특히 장혁이 연기하는 '이건'은 여태까지 장혁이 맡았던 그 어떤 주인공들 보다도 허술하고 뭔가 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가 연기했던 '학교'의 '강우혁'이라거나, '추노'의 '대길이'라거나 심지어 예능프로 '진짜 사나이' 속의 장혁을 떠올려봅시다. 장혁은 사실 카리스마와 과묵함이 제법 잘 어울리는 배우였었죠. 그러던 장혁이 '이건'으로 분해 '느하하하하하'하며 없어 보이게 웃는 모습은 그의 인간적인 면을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드라마에는 로맨틱 코미디의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서브 남자 주인공도 등장합니다. '최진혁'이 연기하는  '다니엘'은 다시 한 번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놓았다 하며 밤잠을 설치게 만들겠지요. 착한 여자 주인공을 곁에서 지켜보며 묵묵히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준다는 설정은 굉장히 진부하면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을 겁니다. 캔디의 테리우스가 그러하였고, 금잔디의 지후선배가 그러하였고, 성나정의 칠봉이가 그러하였죠. 우린 늘 알면서도 속아넘어가며 만족스러워 하는 역설의 미학을 즐기곤 합니다.

 

 

 

 

 

 

 물론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넘어야 할 것들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두 주인공이 하룻밤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설정이 우리 정서에 잘 맞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이 개방적인 사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남녀의 급한 사랑은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남아있기는 하니까요. 또한 개연성 없이 재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화 같은 스토리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이 있는 반면에, 짜임새 있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청자들도 존재하기 때문이죠. 아무리 로맨틱 코미디라 할 지라도 어느 정도의 얼개는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 탓인지 아직까지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네요. 동시간대에 편성된 드라마들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참 사랑스러운 드라마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