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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Ri[an]/Writing One

[Present](11)

by Ms. Jane 2016. 4. 2.

# 만약에...

 

 

 

 

리안 호텔을 체크 아웃 하고서도 오과장님과의 인연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었다. 정산 핑계를 대고서 명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오과장님한테 정산하면 안돼요?"

 

나는 계속해서 정산만을 외치는 오과장님의 말버릇을 이용하여, 그로부터 명함을 받는데 성공하였다. 이른바 번호따기를 이행한 셈이었다. 이렇게 번호를 받는 것이 쉬울 줄 알았으면, 진즉에 말을 걸어 볼 것을 그랬다. 왜 이렇게 오과장님을 무서워해서, 일부러 인사도 안하고 저 멀리 돌아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인터넷 자료에 따르면, 이것은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들의 특징이라던데, 아마도 내 성격은 좀 소심한 것이 맞을 듯 했다. 명함을 받고 이름도 얻고, 전화번호도 따고, 카톡 친구도 되고, 일이 이렇게나 일사천리로 돌아갈 줄은 내 미처 몰랐었다.

 

"저, 부담갖지 마시고요, 그냥 감사해서요."

"네, 이것 참 맛있네요."

 

뭐랄까, KBS 8시 30분 드라마의 대사를 치는 것 같은 오글거리는 순간들도 몇 번 있었지만, 나는 작은 선물에 고마워 하는 오과장님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탈하고 다정했다. 새벽 세시에 같이 일하는 후배 직원 회계도 가르쳐 주고, 명함이 없다는 그의 말에 얼른 신청하라며 독려도 하고, 생각만큼 무서운 사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오과장이 소탈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페레로 로쉐 때문이었다. 편의점에서 한 줄에 1800원밖에 안하는 페레로 로쉐를 들고 갔던 나는, 당황하는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초콜렛을 데스크에 놓으니, 갑자기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아무래도 비싼 선물이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미안한 것 같기도 했다.

 

그래, 이번에는 700원짜리 목캔디나 선물해 드리자.

 

이것은 가끔 호텔 소식을 알려주는 오과장님에 대한 작은 성의였다. 목캔디 정도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그냥저냥 괜찮은 선물인 것 같긴했다. 더 비싸고 좋은 것을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에 약간은 속상했지만 이 정도에서 우선은 시작해 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목캔디를 받아드는 오과장님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해갔다는 것이다. 알듯 말듯한 웃음을 얼굴에 흘리면서 오과장은 내 등에 대고서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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