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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Ri[an]/Writing One

[Present](9)

by Ms. Jane 2016. 4. 2.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그런데 문제는, 내가 자꾸 과장님의 개그 페이스에 말려든다는 사실이었다. 오과장님을 관찰하고 팬질을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들이었는데, 나 역시 얼토당토 없는 일로 어이없는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한참 후에야 밝혀지게 되었다.

 

 

한밤중에 로비로 내려왔는데 인기척이 없었다. 이것 또한 기회였다. 이 기회를 틈타 오과장님이 일하시는 프론트 가까이에 가보아야만 했다. 평상시에는 옆에 가서 말을 거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하기사 이제 공짜 쿠폰도 없는데 할말이 딱히 없긴 했다. 아마 오과장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여간에 프론트 데스크 근처로 가긴 했는데, 이번에는 또 오과장님이 없는 것이 섭섭한 것이다.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들쑥날쑥한 것도 불만이었다. 

 

그래서 오과장님은 여자 친구가 있는 거야, 없는거야, 아님 헤어진 거야?

 

유부남 룩을 고집하고 있는 오과장님의 모습도 내게는 관찰거리였다. 항상 검은색이나 네이비 블루톤의 정장을 입더니, 얼마 전부터 니트를 입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옷이 점점 더 깔끔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게 또 다른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호기심인지, 질투인지 모를, 담배연기처럼 희뿌연 감정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나는 프론트를 얼마간 배회하였다. 오과장님이 진짜 여자친구와 통화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일부러, 여기 프론트는 일도 안하냐며 투덜대면서 윗층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데, 사건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한없이 멍때리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다.

 

오과장님이 내 앞에서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헉. 나는 그만 엘리스가 이상한나라로 빨려들어가듯이 엘리베이터로 또 다시 들어가고 말았다. 0.5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뒷걸음질을 치며 빨려들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기괴하고 이상해 보였을까. 생각해 보면 나도 또 그랬다. 사람이 안으로 들어 오는 길에 인기척이 나면 뒤돌아 볼 수도 있는 일이지, 그걸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도망치면 어쩌겠다는 겐가.

 

그렇게 연두색 니트만 내 기억에 남았다.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다음 포스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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