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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Ri[an]/Writing One

[Present](10)

by Ms. Jane 2016. 4. 2.

#  하지 못한 말

 

 

 

겨울하면 또 유자차였다. 말을 많이 하는 프론트 직원에게 따뜻한 차는 부담없이 선물할 수 있는 음료였고, 겨울 밤에 근무를 하다 보면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기에 걸리게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하다면 비타민 씨가 많이 들어 있는 유자차가 가장 적합한 선물일 법 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유자차 정도면, 나름의 성의를 표현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오과장님도 나를 좀 용서해 주지 않을까.

 

하지만 유자차를 선물하는 순간, 나는 또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말았다.

 

"그... 정산은 어떡하실 거예요?!"

 

내가 이 순간에서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우선 오과장님으로부터 멀찍히 떨어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까지 뛰어가 이렇게 처절하게 외쳤다.

 

"죄송해요. 곧 해결해 드릴게요!"

 

그리고는, 이어진 다음 대화에서 오과장님이 내게 돈 내라고 닥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잘 마실게요!."

"어흑, 맛있게 드세요!"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무료 쿠폰을 받고 있었고, 프론트 직원이 자꾸 계산이 이미 되었다고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 나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은 감히 하질 못했다. 왜냐하면 상대가 오과장님이기 때문이었다. 키 187에, 잘생긴 얼굴에, 정돈된 목소리에, 호텔 지배인인데... 그냥 나를 인간적으로 걱정해줘서 하는 이야기들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또 상처받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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