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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Ri[an]/Writing One

[Present](12)

by Ms. Jane 2016. 5. 15.

 

 

사람의 인연이란 마음먹은 대로 쉽게 이어지지도, 끊어지지도 않는 법이다. 나는 오과장님에게 선톡을 하면서 내가 억지로 이 인연을 이어가려 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늘 고민했다. 항상 FM 스러운 대화만을 나열해야했기 때문이었다. 가령,

 

'오늘 날씨가 참 좋죠.'

'그래서 취미는 무엇인가요? '

 

이따위의 대화를 이어가려니 미칠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오과장님은 한 여덟 시간에 한번 씩 답을 해 주는 사람이었다. 대화도 잘 이어지지 않는데다 정중하고 예의바른 카톡 문자만 받다보면,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순간이 오고는 한다. 그렇게 한달여를 보냈나 보다.

 

답답해진 나는 진짜로 리안 호텔까지 찾아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자기가 바빠서 미안하단다. 어쩌라는 걸까. 그러면서 잠시 따로 보자고 하더니 버거킹 햄버거를 주며 들어간다. 정말로 어쩌라는 걸까. 이 사람을 정말로 어쩌면 좋을까. 오과장님은 결국 나를 리안 호텔에서 1박을 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오과장님이 식권을 사러 간 내게 남긴 말은 단 한마디였다.

 

"처음 이용이시죠?"

 

몸이 또 눅진눅진해지다가 흐물흐물해진다. 여전히 멋있다. 목소리도 멋있다. 그런데 나는 또 여기를 어쩌자고 왔을까. 관찰 일기는 이제 그만 좀 쓰고 싶은데, 이넘의 블로깅을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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