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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드라마엔 맥주

워킹데드 5 (The Walking Dead)

by Ms. Jane 2014. 7. 12.

 

 

 

 

 

 워킹 데드 시즌 5의 방영이 확정되었습니다. 2014년 10월 방영 예정이라고 하며, 티저 영상도 공개가 되었네요. 본래 좀비 관련 영화와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워킹 데드의 방영 소식은 매우 반갑습니다. 워킹 데드는 사실 좀비물이라기 보다는 고난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는 드라마에 가깝기 때문이죠.

 

 

 

 

 

 

 

 

 이전까지의 좀비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새벽의 저주" 처럼 무한 공포심을 안겨 주는 잔인한 고어물이거나,  "레지던트 이블" , "월드 워 Z" 처럼 타 매체로부터 파생된 액션물로 나눠질 수 있었지요. 고어물로 제작 된 것들은 일반인이 시청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혐오스러운 좀비의 겉모습도 그러하였지만, 그 좀비와 혈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낭자한 혈흔들은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이었지요.  게임이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액션물의 경우에도 매니악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영화들 속의 좀비는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이 되고, 인간보다도 강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이 이 좀비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장면들도 반드시 삽입이 되어야 했죠. 가장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월드 워 Z"에는 좀비 작품 상 가장 많은 좀비들이 "떼"로 덤벼드는 장면도 등장하였습니다. 물론 "웜 바디스"라는, 좀비물을 가장한 로맨틱 코미디물도 있기는 합니다.  

 

 

 

 

 

 그래서 좀비물의 갈등 구도는 대부분 단순한 편입니다. 인간의 실수로 탄생한 좀비와 이를 막기 위한 주인공 사이의 혈투죠.  좀비가 더욱 강해지고 잔인해질 수록, 그리고 공포스러운 장면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좀비 영화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좀비 영화는 우리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데가 있었습니다. 서구 문화권에서 가장 무서운 것들 중 하나가 "좀비"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들의 공포스러운 설정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워킹데드"는 기존의 좀비물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좀비는 등장하고, 공중파에서는 반드시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할 공포스러운 장면들도 등장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의 갈등 구도는, 좀비와 인간 사이의 사투라기 보다는 좀비 세상 속에서 인간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 상황 모음에 가깝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왜 좀비가 생겨나게 되었는가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좀비 천하가 된 세상 속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 간의 갈등이 주된 플롯인 것입니다.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아내는 남편을 배신하고, 어떤 사람은 사람들을 착취하며 지도자가 되기도 합니다. 아내를 잃어버린 남편은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좀비를 친구라 여기던 어린 아이는 자신의 동생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즉, 이 드라마 속에서 좀비는 "타도해야 할 대상" 이라기 보다는 매우 혼란스럽고 공포스러운 환경 자체에 가깝습니다. 결국 "워킹 데드"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지켜보는 심리극에 가까운 드라마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시즌 4의 말미에 등장하는 터미널은 이 드라마의 갈등 구도를 더더욱 공고하게 만들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터미널은 구원의 공간 그 자체였습니다. 전쟁에 지친 사람들을 불러모아 따뜻한 밥 한그릇을 대접하는 주인장은 천사에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고 말입니다. 하지만 스포일러에 의하면, 터미널은 식인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소라고 합니다. 좀비의 존재 유무와는 상관 없이 인간의 적은 결국 인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또다시 증명하고 만 셈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워킹 데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제각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열하고 잔혹한 캐릭터도 있지만, 고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잊지 않았기에 괴로워하는 캐릭터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한 편에서는 혼란스러움을 틈타 사람들을 착취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공동 집단을 만들어 나름의 일상을 꾸려가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아마도 워킹 데드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이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인간 군상들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서양 문화에서 가장 공포스럽다는 "좀비" 의 세상에서 인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가겠는가.' '똑같이 공포스러운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워킹 데드를 보면 이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시즌 5에서도 워킹 데드의 주인공들은 상당한 고생을 해야 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불쌍한 "릭"과 한국인 "글렌"입니다. 영원히 고통받아야 하는 아버지 "릭" 은 리더의 짐을 내려놓고 아들과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원작에서는 사망할 것이라고 알려진 "글렌"은 이번 시즌에서 살아남아 사랑하는 이와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