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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2) # 조식은 7500원 식당 여사님들에 대한 단상은 말 그대로 단상이다. 강렬하거나, 무관심하거나. 무뚝뚝하게 밥만 퍼 주는 관리인들이 있는 반면, 결혼 적령기의 동네 아가씨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은근한 러브콜을 보내는 여사님들도 있다. 이번 여사님은 후자였다. 어쩐지 나를 보는 눈빛이 범상치 않더라니, 밥을 먹고 있는 내게 슬쩍 다가와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아가씨는 남자 친구가 있수? ... 아니 그 오과장...말인데." 나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 오과장은 바로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그 오과장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돌려서 말을 해도, 나이 서른 둘의 여자에게 그 정도 눈치는 없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침착해야했다. 이런 가벼운 농담에 넘어갔다가는, 나는 그야말로 가벼운 처자가 되어 버리기.. 2016. 3. 26.
[Present](1) # 12월 25일 "잘 먹었구요, 잘 먹겠습니다." 오늘은 느낌표가 한 다섯 개는 되는 기분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나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인사를 했다. 호텔 프론트 직원이 원래부터 이렇게 싹싹하고 친절했던가? 내가 기억하는 3성급 호텔 프론트 직원은 약간은 사무적이고, 정중하지만 영혼없는 친절함으로 무장한 사람들에 가까웠다. 아르바이트생 아니면 잠깐 서비스업을 경험해보자 하는 어린 친구들이 전부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프론트 직원은 내게 자꾸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신경이 쓰이고, 기분이 묘하게 이상했다. 아니,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남부터 기이한 인연이었다. 호텔 비지니스 라운지에서 치킨을 조용히 먹던 사람이 갑자기 프론트에 앉아있는 것도 이상했거니와, 나를 언제부터 안다고 이렇게.. 2016.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