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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8) # 카드key가 효자였네 내 단점 중 하나는 정신없음이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긴 한데, 정신은 없다. 종종 사소한 실수 때문에 사람 하나가 완전히 바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한다. 오늘도 밤을 꼬박 새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호텔의 복도를 거닐었다. 거닐고 또 거닐며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다 보니, 잠도 깨고 정신도 점차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다음의 진실을 깨달았다. 카드키를 또 놓고 왔다. 어째야 할까. 일단은 프론트로 내려가 카드키를 받아야 하는데, 이건 정말로 적응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매일 보는 직원들이라서 이런 실수가 민망하기도 하고, 일단 정산을 조금씩 밀리다 보니 항상 죄인이 된 듯한 기분에 젖어들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오과장님이 근무를 하는 날인데, 아무래.. 2016. 4. 1.
[Present](7) # 네 그래요, 당연히 그렇겠죠. 남자의 마음은 갈대라 했다. 나는 이 이론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첫번째 노력은 조공이었다. 연예인처럼 팬질을 하면서 간식거리를 드리려고 했던 것이다. 로비에 간식거리들을 매번 갖다놓기에는 금전적, 시간적 노력이 다소 들어갔던 이유에서였다. 예산이 점차 바닥남에 따라 이전처럼 좋은 빵과 과일은 드릴 수가 없었지만, 가벼운 초콜렛이나 음료수 정도는 드릴 역량이 충분히 된다는 자신감을 장착한 채 였다. 해서 나는 유자차를 드리고, 쵸콜렛을 드렸다. 오과장님은 고맙게 받았다. 그리고는 다시 장난스러운 오과장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정산의 압박은 있었지만, 그의 융통성 있는 일처리 능력 덕분에 편하고 안락하게 리안 생활을 즐길 수가 있게 되었다. 가만히 보니 .. 2016. 4. 1.
[Present](4) # 귤은 서비스입니다. 오랜만에 동네 마트에서 딸기를 샀다. 딸기 한 박스에 얼마였더라. 어쨌거나 딸기 한 알 한 알이 싱그럽고 신선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꼭 들었다. 딸기를 기분좋게 사고는, 역시나 로비에 들러서 내가 해야할 일을 했다. 이건 쿠폰값이었다. 딸기를 하나 하나 와인잔에 담고, 방으로 들어가는 일 정도면 괜찮은 하루 일과가 아니었던가. 그러면 누군가가 와서 먹겠지. 나는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주문을 애써 외우며 딸기 담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실은 눈치도 보였다. 젊은 여자 혼자서 호텔에 오래 묵는 것도 남들 눈에는 조금 이상할 수 있었을 터이고, 이런 데에다가 먹을 것을 계속 놔두는 것이 괜찮은 일일지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더군다가 오과장님은 이런 내게 오더니 대뜸, "그... 인테리어.. 2016. 3. 29.
[Present](3) # 쿠폰 받으셨어요? 처음에는 호텔 이벤트인 줄 알았다. 장기 투숙 고객에게 선물해 주는 무료 식사 쿠폰, 뭐 이런 이벤트인 줄 알았던 것이다. 사실 한 끼에 9,900원짜리 아침 식사는 다소 돈 아까운 일이었는데, 이렇게 무료로 한끼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긴 했다. 물론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이벤트의 정점에는 오과장님이 있었다. "그... 쿠폰 받으셨어요?" 하면서, 오과장님은 늘 나를 불러세웠다. 낯선 사람이 자꾸 말을 걸고 아는체를 하는데, 경계하지 않을 리가 있나. 일단은 밥을 공짜로 준다니 받기는 했다만, 나는 민망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서 죽을 맛이었다. 게다가 이 쿠폰은 거의 매일 받을 수 있었다. 오과장님이 오프일 때에는, 어김없이 다른 직원이 체크.. 2016. 3. 28.